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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31 내게 뜨거웠던 그 시절, 나의 용광로의 추억

 

 


필자는 이 때 자그마한 삼성 블루 똑딱이 디카였더랬다. 날짜 나온 것들이 대체로 맞다.
이 이상한 금속이던 기계는 대체 무어냐? 필자 본인이 다시 한 번 엔지니어로 뜨겁게 돌아갔던 추억이다.
맨 처음 날로 연통같은게 문짝에 둘 달린 그것이 전기 용광로의 문이다.


소결로라고 부르는 이 Sintering Machine은 때로는 내게 큰 위안처럼 곁을 지켰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그냥 저 안에 같이 묶어 녹여보는거다 하며 언제까지나 끝날 줄 모르는 작업에
매달려 보살피듯 유일하게 애정을 붙이듯 했다. 하여 필자 본인에겐 고향처럼도 그립고 푸근했으며
한 때는 눈물을 닦아주던 감춰주던 숨을 수 있게도 해 주던, 마치 오래된 벗과도 같은 그리움이다.


이제 2017년, 마흔 다섯의 나이는 저 사진들처럼 어쩌면 그리울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 해 동안에 내 마음 속의 용광로는 무엇을 뜨겁게 달구고 녹이고 태웠을까.
청춘이 타버리는 바스라짐도, 그래서 허무했던 마음도 제법 있더랬다.
그렇지만 한 번 나름의 빛을 내면서 그 안에서 용융되어 새로 거듭 났듯이,
2017년도에 있었던 그런 일들은 다가올 새해에 다른 무엇이 되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 해와 하루를 보내는 지금, 제발 그래주기를 소망하며 하염없이 꺼내 바라보는 중이다. 

 

그래도 말로만이 아닌, '나는 자랑스런 여자 엔지니어였소.'라고 말할 수 있는 추억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특별하게 살았고 더 뜨거울 수도 있어봤다면, 그 때는 고생이었지만
추억으로 남아 돌아보는 지금의 시점에선 그래도 해 봄직했던 좋은 경험들이었고
나를 성장시키는 하나의 터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남들에겐 알아들을 수도 알아볼 수 없는 어떤 특별한 암호같기만 한 기억이
가장 나다운 시간으로 사실은 기억하기 좋았다는거, 지나고나니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좀 괜찮은 블로그를 만들면, 한데 모아놓고 보리라 하며 그저 외장하드에만 백업해 뒀던
내가 작업하고 어루만진, 필자에게는 자식이나 분신같던 살아온 진한 흔적을 여기에도 담아본다.
모든 힘들었던 일들이, 저것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았느냐 하는 그 소결로가 주던 위안,
그래도 살아보니 힘들 때 견딜 그 비빌 언덕 하나로는 남아주더라.
하여 어딘가 저 만들어진 공구가 쓰이며 공사하는 현장을 보면, 먼발치서나마 반가운 누군가를
잠시 본듯한 순간의 희열도 필자는 저래봤기에 가져볼 수 있는 추억의 부자다.



돌아본 중년의 시간들이 그래도 열심했구나 하는 수긍, 이 한 해도 그랬겠구나 싶어진다.
새로 올 시간에는 더 열심히 타올라봐야겠다. 소결로처럼 아직 단계가 나에겐 많이 남았잖던가.
7단계가 되서야 완성된 세그먼트를 보이며 드디어 열리던 저 문처럼, 어떤 것은 아직 더 기다려본다는 마음으로
침착하게 마음도 다스려 보아야겠다. 그래도 차암 잘 살았다 오만가지 해 보면서. 어제보다 더 뜨겁게 살아가기를.



본 블로그를 다녀가시는 모든 분께도 삶의 열정이 용광로 속의 식지않는 뜨거움처럼 번지시는 한 해 되시길.


 

Posted by Sess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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