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를 처음 만든게 2008년이다. 며칠 뒤면 딱 10년이 된달까.
그 10년간에 무수히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즐거운 일보다는 사람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다소 무겁고 힘든
역경의 바람을 나는 피하지도 못하고 전부 고스란히 맞아버렸다. 해서 글 쓰는 자체도 많이 무거워지고
제법 다른 사람처럼 되었구나 하는 것을 내 자신이 아련하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필자는 중년이다. 지천명을 머잖아 바라볼 불혹의 나이요, 성별로는 여인이라 할 것이다.
그래도 그 10년의 세월간 변하지 않고 해 온게 있다면, 바로 매 순간 내 마음을 기록하며 써 내려간
글을 쓴다는 자체였다. 글을 쓰는 목적이 직업적으로 그러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으로서
인생의 백업을 해 두자는 취지였으므로 다분히 신변잡기적인 내용이다. 나는 상업적으로 글 쓰기를 원치 않았다.
이미 남들이 어릴 때 품는다는, '무엇이 되고싶다'를 어느 정도 이뤄논 나이로 흘러왔기에도 그렇지만
나 자신이 볼 때의 나는.... 지독히 어둡고 퇴폐적인 스멜이 강하구나 싶어서 (저 목소리만치)
상업적으로 글 쓰면서 행여라도 이 어둠을 흩뿌리고 다닐까싶어 조심스러워졌다. 그냥 자기 만족이길 바란거다.
내가 나를 달래면서 스스로의 성찰할 충분한 시간을 나에게 쓰자는 것 말고는 따로이 글 쓰는 목적이란 없다.
그게 아니면 아마도 진작에 시인이던 작가던 하는 모종의 타이틀쯤은 쉽게 거머쥐지 않았을까도 한다만
그 모든 것은 어찌보면 자기에게 소용도가 있어야 그것도 되는 것이지, 남들이 아무리 떠민다 하여도
내 자신에게 와닿는게 일말 없다면, 그거야말로 전부 무슨 소용이 있던가.

나는 그랬다. 그래서 전부를 내려두듯 쓸쓸해 보일지라도 굳건하게 내가 나를 지키며 꿋꿋이 정진해 갔다.
그렇게해서 다시 한 번 엔지니어로서 꽃을 피우고... 여성이 전기 용광로를 만진다는게 듣도 보도 못할
쉽잖은 고통이 뻔히 예상되는거라고 누구나 들으면 '아' 할 수 밖에 없지 않던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취미처럼 이 블로그 시작에 만지작대고 갖고 놀던 것들을 잘 엮고 모으고 모아서 디자이너로 이직을 했다.
해서 그 간에 나는 엔지니어를 거쳐 현역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수식어로 붙게끔 나를 다스려왔다.
못하지는 않았구나, 꾀 피우지는 않았나보다 하는 마음이면 된거지 한다.

그랬더니 들리더라, 오래된 노래의 가사들이. 나를 두고 말하는듯한 그 가사들의 속삭임이 이제는 이해가 되더라.
어쩌면 이렇게 흘러갈 사람이었던걸 그 때의 나만 알지 못했구나 싶었다. 해서 그 시간 동안... 가지말았음 하는
많은 사람들은 떠나가기도 했고, 사춘기보다 더 험난한거로구나를 스스로에게 아로 새기며, 절규가 샘솟을 때마다
나는 뜨거운 용광로에 용융되어가며 한데 섞여 새로운 금속이 되는 그것을 본다던가, 혹은 손등의 혈관이 터지도록
죽어라고 마우스를 내리 드래그 한 채로 정밀하게 그림을 그려보며 속에 쌓여가는 그것을 그렇게 소화해 갔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 만화 이누야샤의 셋쇼마루가 좋더라. 그 때도 지금도 무언가가 깊은 내면의 소지자처럼
느껴졌기에, 만화지만 가벼운 인물이 아니라 보여서도 좋았고, 그 장편 만화가 끝나갈 즈음에서 보면
시작과 다르게 보다 성숙해지고 나아진 캐릭터가 셋쇼마루가 유난히 두각을 나타냈다고 생각했기에
그의 그런 말 없는 성숙이 하나의 지향점처럼 내게 새겨졌더랬다. 우리는 그것을 포스라던지 카리스마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는 하나하나,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가벼워서는 아니되고, 가볍지 않다는 것은
신뢰를 받을 수 있게, 적어도 정직하게 최선을 다 해 보려는 시도를 부단히 할 것... 이렇게 보았다.
하여 낳아준 모친으로부터 '너는 왜 차선은 항상 생각하지 않니? 차선만 하더라도 너라면 누구도 이길 수 있고
최선만을 다 하는게 힘들지 않니? 최선보단 한 단계 아래의 차선은 어떠니? 안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꽤 오래 들어야만 했다만, 귓등으로도 안 들어버린단 식으로 일관하였다. 내 자신을 속이는 기분도 들었고
누구에게 의미둔 언행이라 할지라도, 우선 내가 정말 나에게 이것밖에 못하는가 하는 부분이 걸렸더랬다.
언제 어느 순간 사람이 소천한다해도, 나는 그 때에 내가 나의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을 때, 그래도 열심했다는
그 한 마디 평가, 수고했고 진심으로 애썼고 기특하다는 한 마디를 해 줄 수 있기를 열망하기에
나를 기만하듯 차선을 택할 순 없더랬다. 당장 죽어도 좋으니 나는 뜨거운 용광로처럼 녹아지고싶다며
거칠게 포효하는 속 안의 그런 마음들을 삶에 투영하며 꿋꿋이 그렇게 했다. 그랬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는
엔지니어로서도 다시 한 번 뜨거이 살아보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타이틀을 거머쥔 채로 나락같은 저 바닥에서부터 다시 저 수면 위로 화려한 비상을 할 수 있었다.
내 삶이라 대충 살기가 싫었다는 그 하나는... 깊게 여물어 표현은 잘 하질 못했던 때라도
마음가짐만은 잘 간직했다가 제대로 키운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 본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가 아닌,
할 때와 아닐 때,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으로 그토록 바라보며 동경하던 캐릭터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어디 가서도 독특한 카리스마 구가한다는 평은 소소히 들리니,
그만하면 되었구나 뭐 그런 기분이다. 여기서 어찌 더 하라는건가.

 

이제는 나를 직시하는 시선, 세상을 조금 더 깊게 보려는 시선을 장착하고, 그 때는 대충 지나가며
겉 밖에 보지 못한 나를 반성하듯,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과 물질들과 현상에 담긴 의미라는 것들을
나름 소급해 가며 살아가고자 한다. 여러 권의 책보다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직접 겪어서 아는
경험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내 자신이 느껴보았기 때문이다. 하여 때로는 누군가가 힘들어 할 적에
그래도 살아온 값어치나 하잡시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던 방법을 일러 줄 수 있을만큼은
성장하고 익어갔음 좋겠다 생각한다. 그래도 세상에 태어났다면, 무엇이 대관절 나라는 자신에게
가치가 보다 있던가...... 이제는 피하지 않고, 혹은 겉만 대충 익히지 않고, 저 깊은 속까지 스민
세상의 모든 의미와 거기에 숨은 뜻을 배우고싶어졌다. 그것만이 언제나 방황하듯 하는 내 어지런 마음 속에
한 줄기 위안으로서 평안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한다. 이누야샤 엔딩에서 셋쇼마루는 왜 굳이
그 린을 보내며 따로이 떨어졌던가를 돌아보면, 미워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린이라는 대상의 자체를 위한 양보를 할 수 있을만큼 마음이 자랐다는걸 의미한다. 힘으로 모든걸
대요괴의 장자로서 장악한게 카리스마나 포스가 아니었음을 제대로 직시했기에 그런 선택을 한거다.
내가 셋쇼마루면 나에게서 린은 누구 누구였는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해서 흘러가듯 지나온 지금
한 때는 곁에 있다가 사라져간 그 모두에대한 마음을 그러거니 할란다. 그래도 남는 분주한 마음은
내가 아직도 풀어야만 할 숙제로서 간직하련다.

방문자에게 부탁하고픈 말은... 가끔은 자신에대해 시간을 내어달라는 것, 더 늦기 전에.
설레는 남녀간에만 데이트 시간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남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들을 위해서.
하여 누군가가 적어둔 일기같은 수필을 보기보단, 나는 어땠는가 투영하며 돌아보다보면
불끈불끈 어지럽던 감정들이 차분해지는 그런걸 느끼리라 가히 장담하는 바이다.
자기 내면과의 데이트라는 것, 해 보니 나쁘지 않더이다 라고 덧붙임 말을 남겨두는 바이다.

항상 순간순간의 모든 시간 속에, 그리고 다가오는 또 한 번의 새로운 한 해에,
내방했던 모든 분들의 마음에 평화와 안정, 그리고 소소한 미소와 행복이
가득 깃드시길 필자의 그림 하나와 더불어 간결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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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ss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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