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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0 은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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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스럽지 않고, 인조적인 느낌 없이 그저 물같이 자연의 한 부분처럼
편하고 잘 조화된 느낌, 한국의 장식물을 볼 때 가장 먼저 갖게 되는
누구나의 느낌은 바로 '은근' '끈기'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장식에는 자연의 법칙이나 인생의 법도,
음과 양의 조화를 뜻하는 철학적인 의미들이 담겨져 있다
.

봉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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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특성을 흔히은근끈기로 표현한다.

끈기가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면면히 이어온

강한 생명력을 빗대는 말이라면은근은 순응하는 듯하지만,

마냥 순응하지만 않는 물과 같은 우리 민족의 심성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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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은 심성과 통한다.

심미안(審美眼)이란
아름다움과 추함을
식별하는 안목이고,

이 안목은 심성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미학이나
장식을 이해하는 화두는
바로은근이다. 요란스럽지 않고, 인조적인 느낌없이 거저 물같이
자연의 한 부분처럼 편하고 잘 조화된 느낌, 한국의 장식물을 볼 때
제일 먼저 갖게 되는 누구나의 느낌일 터이다.

 

한국인의 미소로 불리는 고신라 영묘사터에서 출토된

사람얼굴 무늬의 수막새나 고택(古宅)의 귀마루 위에 용두와 함께 세워진
여러가지 잡상, 한복을 아름답게 수놓은 문양, 글자와 그림이 어우러진 병풍, 수더분하게 치장된 꽃담, 하다못해 쑥절편, 송기절편에 박힌 떡살무늬에
이르기까지 눈에 거슬리는 곳 없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국의 장식을은근의 미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각종 장식이
겉모습의 조화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박하게 치장된 장식의 이면(裏面)에는 실용성은 물론 철학과
주술적인 의미까지 속 깊게 담겨져 있다.


예를들어 창덕궁 낙선재 상량정의 문살에는
동그라미가 두 개 이어진 문양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단순히 문살을 장식한 조형적인 요소로만 이해한다면
한 쪽 면만을 본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그보다 더 큰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원은 완벽함의 표현이고 이 원이 이어져 있음은 영원함을 뜻한다.

, 동그라미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문양을 문살에 치장한 것은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좋은 일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길상적인 바람의 표현이다. 이러한 의미를 알고
다시 그 문양을 바라본다면
아마도 더욱 깊고 오묘한
아름다움을 맛 보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장식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는 각종 문양인데
이 문양들 중에서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십장생이나 사군자 문양이다.

 

십장생은 알다시피 우리 조상들이 장생불사한다고 믿었던

, , , ,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사슴, 학을 말하는데

의식주 생활용품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경복궁 아미산 굴뚝에는 소나무 문양을 중심으로

국화와 사슴, 거북, 구름 등이 새겨져 있는 모습이 발견되고

옛 수저집에서도 십장생으로 수놓은 것이 많이 발견된다.

심지어 문을 거는 빗장까지도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모양으로 만들었다.

이 모두가 가족이나 나라의 장수영생을 기원하는 바람에서였다.

사군자는 유교적 문화권에서 군자와 같은 고결함을 가진 것으로

추앙해온 매화, 국화, 난초, 대나무를 일컫는데
주로 필통 등 선비들이 사용하던 물건이나 자경전의 서쪽 담장처럼
꽃담 장식에 주로 이용했다.


전통장식문양 중에서 사신(四神)도 우리 민족이 즐겨썼던 장식문양이었다.
사신은 사방, 사계, ···수를 상징하는 신으로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가리킨다.

이 사신은 고구려의 고분에서처럼 주로 무덤 내부의 장식에 활용되었는데
그것은 사자(死者)의 영혼을 지키는 방위신의 역할이었다.

 

그 외에도 경복궁의 건춘문에 화려하게 수 놓아진 청룡 문양과
경복궁 영추문의 백호 문양, 경복궁 광화문의 현무 문양 장식을 볼 수 있다.


사신 문양과 궤를 같이하는 전통문양으로 사령(四靈)이 있다.

보통 용, 봉황, 거북, 기린을 일컫는데
사신중에서는 용과 호랑이가 대표한다면 사령에서는 용과 봉황이
특히 중요시되었다.

오늘날에도 대통령의 휘장에 봉황이 쓰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령의 문양전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궁궐과 달리 일반 가정에서는 원앙문양을 장식한 물건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많이 쓰이는 곳은 이불과 베개인데
이는 원앙의 독특한 성격에서 연유한다.
원앙은 수컷인 원()과 알()을 함께 부르는 말인데
한 쌍의 원앙은 어느 한 쪽을 잃더라도 새로운 짝을 얻지 아니한다고 하여 민간에서는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 또는 백년화목의 상징으로 여겼다.
따라서 베갯모나 이불에 원앙을 수 놓는 것은
아름다고 좋은 인연을 기원하는 뜻에서였다.


한국의 장식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여성들의 노리개인데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오늘날의 악세사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성의 노리개에는 매니나 나비 모양의 문양이 많은데
이는 이들 곤충이 청결과 고결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많이 쓰였다.

특히
나비는 장석에서 많이 쓰였다.
나비는 고양이나 덩굴 식물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나비와 고양이를 함께 쓴 것은 장수(長壽)를 바라는 의미였고
나비가 덩굴 식물과 함께 그려진 경우는 자손 창성을 의미했다.


글자 역시 장식에 많이 사용되었다.
소위 길상문자로 부르는 목숨 수()자나
길 장(), (), ()자 등이 그것이다.

이들 글자는 한복은 물론, 꽃담, 수저, 반상기, 베개와 이불,
채상, 음식 등 안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글자 못지 않게 기하학적 도형이나 요(),
()자도 애용했던 장식 문양이다.
장석이 주로 이용된 팔괘문이나 요(), ()자 등은
자연의 법칙이나 인생의 법도,
음과 양의 조화를 뜻하는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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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과 함께 색채도 한국 전통장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각종 문양이 색채로 표현되는 것은 물론 색채만으로도 스스로 장식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궁궐이나 사찰에 잘 칠해진 단청이나 아이들의 설빔인 까치 두루마기, 청사 초롱 등은 색채 장식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색채도 단순히 색의 조화만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청사초롱의 청색은 음을 상징하고 홍색은 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것으로
민간의 혼례식에 청사 초롱을 밝힌 것은 음양의 화합이 잘 이루어지라는
기원의 뜻이 깃들어져 있다.

또 요즈음 때때옷으로 불리는 까치 두루마기에 쓰인

5가지 색(오방색)도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과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의 방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병장수와 나쁜 기운은 쫓는다는 주술적인 뜻이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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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의 진달래, 여인네의 비녀, 반짇그릇,  조선 후기  여인들이 널리 쓰던 방한모인 조바위,
선비들의 연적, 수결 등 먹을 거리, 입을 거리,
살림터 곳곳에 한국인의 장식미가
배이지 않은 곳이 없다
.

 

 

그러나 우리의 문화재나 박물관에서,
혹은 생활 주변에서 전통 장식의 요소를 본다해도
진정한 한국인의 미의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외형미만 추구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전통 장식의 내면미(內面美)로 통하는 출입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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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ss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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